재택근무를 맛 본 직장인들, 회사 가기 싫어요.
재택근무는 프리랜서 혹은 벤처기업을 다니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20년 생각지도 아니, 상상도 못 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였고 친구, 주변 지인들과의 카톡 대화의 시작과 끝은 "별일 없지? 건강 조심하자!"이었다.
직장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한 명, 두 명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초반에는 "건물 x층에서 감염자가 발생되었습니다. x층 근무자분들께서는 노트북을 챙겨 모두 귀가하시어, 집에서 근무를 이어가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x층은 1시간 이후 방역소독 예정이니 한 분도 빠짐없이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과 함께 근무자들을 귀가 조치 시켰다.
그러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에도 바이러스 확산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점차 강화되기 시작했고 마스크착용도 의무화되면서 사람들이 회사 출퇴근은 물론 여럿이서 한 공간에 앉아 함께 근무하는 것을 꺼려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헛기침이 나면 괜히 눈치가 보였고 점심시간에도 거리 두기를 하며 한 자리씩 비워두고 먹었다.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사부서에서는 이전까지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아니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재택근무'. 다들 "내가 살면서 재택근무를 다 해보네?"라고 하며 들뜬 마음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재택근무가 생각보다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사기도 하고, (회사에서 듀얼 모니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답답한 나머지 하나 더 구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편안한 사무실용 의자를 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재택근무에 적응하고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않았나 보다. 인사팀은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했고 조직장은 직원들의 통대를 회사 메신저로 실시간 체크 하고 싶어 했다. 상사의 질문에 메신저에 답이 없으면 전화로 "어디냐? 왜 답이 없었냐?"라고 물어보는 조직장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출퇴근하는데 들어갔던 왕복 2시간이라는 시간, 그리고 왕복 교통비용 약 3천 원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출퇴근 하느라 동네 한 바퀴로 대신했었던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 골프와 함께 인기 있었던 테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재택근무를 할 때 나의 스케줄은 이러했다.
재택근무 당시 나의 하루 일과
07시~08시 테니스 레슨 및 연습
09시~18시 근무시간 (12시~13시 점심시간)
18시~20시 가족들과 저녁식사 및 티타임
20시~21시 공원 걷기
21시~23시 TV시청 또는 독서
만약 내가 재택근무 없이 평상시대로 출퇴근을 했었더라면, 테니스 연습할 시간에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또 재택근무를 하면 퇴근과 동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기쁨은 저 멀리 접어두고,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저녁식사를 하고 힘들었던 퇴근길을 위로하며 TV를 보고 있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나의 여가 생활을 늘릴 수 있는 이러한 삶이 워라밸인가? 너무 행복한 재택근무 1년 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어느 날 갑자기 인사팀에서, "2023년 1월 1일 자로 근무형태를 재택근무에서 출퇴근으로 전환하겠다"라는 공지 문자를 보내왔다. 어쩔 수 있나, 우리 K직장인들은 2023년부터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된다. 나의 테니스 레슨도 잠정적 휴식에 들어갔다. 이제 슬슬 복식게임이 가능한 수준이 되어 재밌어지려고 했는데 말이다. 회사 출퇴근 이틀째 되던 날, 다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예전에는 회사 어떻게 다녔지?" 라며 매일 월요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1주, 2주가 흐르고 우리는 언제그랬냐는 듯 회사에 적응해 나갔다.
재택근무를 했던 게 언제였지? 아니 재택근무가 뭐지?
까마득히 오래된 일처럼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내 테니스라켓도 추억 속으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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